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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 시들어도 마음속에 남는 꽃다발

by Stellaastra 2023. 7. 26.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영화 포스터

모든 것이 좋은 첫 시작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도이 노부히로의 2021년 작품입니다. 주인공 무기는 만화가를 꿈꾸는 청년이었습니다. 우연히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막차를 놓쳐 우연한 장소에서 키누를 만나게 됩니다. 가벼운 대화로 시작하지만 알고 보니 듣는 음악, 즐겨 읽는 책, 신발에서 말투와 생각까지 모든 것이 일치하는 사람임을 알게 됩니다. 비를 피해 키누가 무기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그때 무기가 취미로 찍는다는 3시간이 넘는 가스를 저장하는 탱크의 영상을 오랫동안 보게 됩니다. 그 이후 관람회, 콘서트 등 여러 활동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호감을 쌓아갑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감정이 늘어가고, 결국 무기는 수줍게 키누에게 고백하고 연인이 됩니다. 키누가 취업이 어려워지자 무기는 함께 살기로 제안하고, 그렇게 둘은 사랑으로 가득한 동거생활을 시작합니다. 서로의 모든 것이, 주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행복합니다.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즐기고, 책을 함께 보고, 바론이라는 고양이를 입양해서 함께 기르며 즐거운 생활을 이어갑니다. 영화가 처음 시작하는 연인의 설레이고 행복한 모습을 정감 가는 동네의 모습과 함께 너무 잘 묘사해서, 보는 저마저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하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것이 시들어 버리다.

아쉽게도 무기와 키누의 사랑은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꽃병 속에서 화려하게 피어있던 꽃다발이 시들어 가는 것처럼 점차 시들어 갑니다. 영화에서 사랑이 시들어 가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나옵니다. 단순히 시간이 지나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진 것도 있었고, 그리고 무기와 키누의 각자의 인생에서 어른이 되며 새로운 고난들을 겪고 이겨내고 고통받으며 서로에게 예전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없게 된 것도 원인이었습니다. 키누는 회계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이에 자극받은 무기는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만화가라는 접어두고, 신생 물류회사에 사무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쉽지 않은 직장생활로 무기와 키누는 둘 다 점차 생활에 여유가 없어지고, 그 과정에서 키누에게 줄 수 있는 애정과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게 둘은 시간과 익숙함이라는 가속도가 붙어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더 이상 함께하던 비디오게임, 만화도 함께하지 않게되고, 오히려 공통점을 찾아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원인이 겹치며, 결국 다른 여러 커플들처럼 그들의 사랑도 마르고 힘을 잃은 꽃다발처럼 시들어집니다. 무기는 이 시든 사랑을 이별로 종결하고자 하고, 키누는 결혼을 제안하며 시든 꽃다발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고자 합니다. 결국 무기와 키누는 오랜만에 즐겁게 보낸 하루의 끝에서 이별을 결정하고, 함께 남은 짐들을 정리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됩니다. 다행히 한쪽이 너무 아파하는 이별이 아닌 서로 합의 끝에 시간을 가지고 정리해서 마음이 슬프지 않고, 오히려 희망적인 분위기로 이별하고 사랑이 끝을 맺습니다.

마음속에 추억으로 남은 시든 꽃다발

주인공들은 그렇게 관계를 끝냈지만, 시간이 지난 뒤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고 미소짓게 만드는 추억으로 마음 한 구석에 남게 되었습니다. 꽃다발에 비유를 많이 했지만, 우리가 예전에 모든 에너지를 받쳐 좋아했던 활동들은 그것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결국 끝내는 경우가 많지만 마음속에는 추억으로 남아 가끔 꺼내보게 됩니다. 어렸을때 그렇게 온 시간을 담아 새벽에도 엄마 몰래 일어나서 했던 게임들, 과학시간에 밤새워 만들었던 계란을 옥상에서 떨어뜨렸을때 깨지지 않게하는 장치, 10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았던 슬램덩크같은 만화책들... 단순히 생각해봐도 가지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 사랑했던 무언가가 결국은 끝났고, 지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마음속에는 미소가 띄워지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사진이 있는 경우에는 그때 그 시절의 사진들을 꺼내어 보며 그 시절 그 일을 할 때, 그 사람을 만날 때 활력이 넘치고 즐거웠던 기분을 조금이나마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예전에 만나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도 떠올랐지만, 그보다는 제가 예전에 정말 미친 듯이 좋아해서 밤새워 했던 취미 생활들, 동아리 활동, 만화책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지금은 그 일들을 다시 해도 그때만큼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일들을 생각하면 그 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르고, 그때의 타올랐던 열정들을 조금이나마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무언가를 꾸준히 계속 새로 시작하겠지만 그 열정이 시간이 가면서 점점 시들어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마음속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시간이 가며 가끔 생각하며 추억하고 웃을 수 있으면 그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에게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그런 시들었지만 마음에 간직해둔 꽃다발을 다시 꺼내어 그때의 향기를 다시 느끼게 해준 좋은 영화였습니다.